저자 | 이준식, 김정애 |
출판사 | 밤의 출항 |
판형 | 밤의출항 |
페이지 | 516쪽 |
카테고리 | 이미지 |
출판연도 | 2021 |
사진집 516쪽, 단상집 262쪽
2020년 3월 봄부터 2021년 1월의 겨울까지 작별이 일어나는 장소로 백 번의 걸음을 했던 시간을 사진과 글로 엮었다.
사진 단상집 『작별의 옆모습』은 206장의 사진으로만 이루어진 사진집과 86편의 에세이와 사진이 함께 포함된 단상집 2권이 한 세트로 구성된다.
동대구역과 대구역, 곧 생기게 될 서대구역의 기찻길 주변은 대부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모습은 매 순간 작별을 마주하게 하고,
부서지고 무너지는 것들과 사라지고 남겨진 존재들을 돌아보게 한다.
일상의 또 다른 이름인 작별, 작별 후 더 생생해지는 기억과 사라지지 않는 마음, 바뀐 풍경과 남겨진 존재에 대한 기록들.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 작별의 모습들이 담겨 있다.
책속으로
“나는 끝내 모를 것이다. 언제나 처음이다. 과거의 경험과 경험이 쌓인 똑같은 모양의 작별이 아니라 매번 처음 맞는 작별이다. 똑같은 사람, 똑같은 장소, 똑같은 대상은 단 하나도 없으므로.
나는 끝내 모를 것이고 모를 수밖에 없어서 궁금해할 것이다. 외면하거나 섣불리 판단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모른다는 사실만 알 것이다.” – 「언제나 처음」 중에서
“바스러지고 흩어지기 쉬운 것들에 물을 더하면 찰기가 생기고 응축된다. 유치원 다닐 때 선생님은 분무기에 든 물을 뿌리면서 머리를 빗어 묶어주었다.
모래사장에서 두껍아 두껍아 노래를 부를 땐 바닷물이 닿은 모래를 끌어다 썼다. 눈물을 보태는 건 어쩌면 그런 일이다. 잠시라도 든든히 서 있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허망하게 흩어지는 것들을 함께 붙들어주고 싶을 때. 누군가 눈물을 흘릴 때 내 마음이 꽁꽁 뭉쳐진다면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유독 비가 내릴 때 어떤 풍경이 생각난다면, 바닷가에만 서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물의 성질 때문이라고.” – 「물의 성질」 중에서
“어떤 단어는 그릇 같아서 이 단어, 저 단어 다 담길 수 있지만 어떤 단어는 다른 단어가 자리할 공간이 없다. 사랑 안에는 기쁨도 행복도 미움도 담길 수 있지만 미움 안에는 사랑이 자리할 공간이 없는 것처럼.
그런데 작별이라는 단어는 마치 바다 같다. 모든 감정이 담길 수 있는 무한한 공간을 지닌다. 그 공간 안에는 떠오르는 단어가 있고 가라앉는 단어가 있고 유유히 바닷속을 가르는 단어가 있다.
파도가 끝난 모래에 묻어 있는 단어. 표면을 깎는 단어. 살아있는 단어가 있다.” – 「작별,이라는 단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