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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박스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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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구연정
출판사 독립출판
판형 128mm x 188mm
페이지 108쪽
카테고리 문학
출판연도 2018
책 소개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느긋한 마음으로 변기에 앉았고,
좁은 화장실이 답답해 문을 열어두고 있었다.
때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느긋한 엉덩이를 하고서는 말이다.

느리고 가벼운 엉덩이.
그는 가끔 변기 위에서 사색에 빠져버리는 때가 잦다.
아마도, 절정의 순간까지 견뎌야 하는 적막이 길어지다 보니,
엉덩이만 무거워지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재밌는 일이다.
변기에 앉아 똥을 싸면서 ‘나의 삶이란…’라며 생각하는 사람이라니 말이다.

나는 그런 연유로 글을 쓴다.
심각함은 글로 배출하고, 잠시 떨어져서 되돌아보고, 그렇게 내가 내 삶을 바라보고
다독여주고 비웃기도 하고 털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2016년부터 2017년까지, 가끔 풀어냈던 글들을 모았다.
나는 내 글이 따뜻한 물줄기 속에서 눈이 감기듯이 읽혔으면 좋겠다.
이 책을 시작으로 한 앞으로의 작업을 통해, 부디 나의 은밀한 피로가 씻겨 내지길 바란다.

저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