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이기준 외 |
출판사 | 고트 |
판형 | 149mm x 212mm |
페이지 | 176쪽 |
카테고리 | 중고책 |
출판연도 |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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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ed Matter
冊(책)은 인쇄되어 묶인 물질입니다. 이 책은 인쇄물(printed matter)이면서 디자인물(designed matter)이고, 구체적으로는 열 사람 생각의 묶음입니다. 이 책의 모든 글은 디자이너가 쓴 것입니다. 아니, 글을 쓴 것이 먼저고 자신이 쓴 글을 스스로 디자인했으니 이렇게 고쳐야겠습니다. 이 책의 디자인은 저자가 직접 한 것이라고요. 그러나 이 문장도 만족스럽진 않습니다. ‘디자이너’라는 나도 남도 알아볼 수 있는 인덱스가 하루아침에 주어진 것은 아닐 테죠. 글을 쓰거나 산책을 하거나 양치질을 하거나 여하튼 디자인을 하지 않을 때도 그들은 디자이너잖아요. 보통은 벌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야기의 말미에 등장하는 우리의 영웅들이, 이 책에서는 맨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이 책에서 어떤 문제, 대화, 이야기의 장본인이 된 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운을 떼고 마무리 짓는 데 낱말 matter의 도움을 크게 받았습니다. 물질이자 문제이면서, 그 자체로 중요하다는 뜻을 실어나르는 친구입니다. ‘문제없다’의 경쾌함을 발산하는 디자이너와 ‘문제없다’의 비현실성에 의구심을 감추지 않는 디자이너가 한자리에 묶일 수 있게 된 것은, 어떤 물질이든 문제 삼을 수 있는 것이 인간이며, 한 인간이 문제 삼는 항목이 공동체에 역시 긴급한 사안일 수 있음을 환기해주는 matter 덕분입니다. 글쓴이의 소개에 그가 쓴 글에서 추출한 몇 개의 낱말을 인덱스로 더했습니다. 낱말에서 만들기 시작한 책인 만큼, 낱말로 시작하는 독서도 좋겠다 싶었거든요. 의미라는 불순물과 함께 반짝이는 항목(matter)의 안내를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