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형 | 140mm x 216mm |
페이지 | 268쪽 |
카테고리 | 비문학 |
출판연도 | 2024 |
방송작가는 여성 비율만 94.6%에 달하는 ‘여초의 세계’다. 방송 현장에서 작가는 가족 구성원처럼 젠더화된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한별의 분석에 전직 방송작가인 승희, 현제도 일정 부분 공감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작가로 9년을 일했던 승희는 “PD랑 작가 관계는 약간 가부장적인 수직적 요소가 있는 거 같긴 해. 일단 대부분 PD는 정규직이기도 하고 작가는 비정규직이니까 그런 데서 오는 위계도 다르고, 일 생기면 일단 작가가 먼저 나서서 마사지 같은 걸 좀 해야 해. 집에서 엄마가 자질구레한 일 도맡듯이. 하다못해 출연자가 ‘펜 없어요?’ 하면 제일 먼저 찾아다 줘야 하고.” 승희는 연예인 패널의 입맛에 맞는 도시락을 찾느라 동분서주했던 막내 작가 시절을 떠올리며 “심부름하는 막내딸 맞네”라고 말했다.
교사, 간호사, 승무원, 방송작가는 전문적인 직능보다 돌봄과 서비스의 수준에서 소환되어 왔다. 저자와 32명의 인터뷰이가 여성의 언어로 여성의 일을 말하는 이 책은 입직 서사는 물론, 우리가 그동안 쉽게 접하지 못한 퇴직 서사 레퍼런스를 수혈한다. 여성들이 직업을 그만두기로 선택한 이유는 빼앗긴 삶을 주체적으로 조율하겠다는 선택이자 실천이었다. 지난 11월 무혐의로 종결된 서이초 교사 사건을 비롯한 수많은 교사 자살 사건은 재점화되어야만 한다. 이 책은 오늘도 지옥보다 어둡고 두려운 출근길로 걸어 들어가는 여성들을 지금보다 안전하고 차별이 완화된 직장으로 안내할 랜턴이 되기를 기대한다.
사회 구조 차원에서 여성들의 생생한 일 경험기가 궁금한 분께.
여성들은 왜 PD가 아니고 방송작가를, 의사가 아닌 간호사를, 파일럿이 아닌 승무원을 꿈꾸게 되는지 궁금한 분들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