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형 | 138mm x 209mm |
페이지 | 328쪽 |
카테고리 | 비문학 |
출판연도 | 2024 |
나의 소유물이 나의 사회적 계급에 대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혹은 내가 이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그날 밤 나는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분석했다. 나는 언제부턴가 이 생각에 깊이 몰두해, 심지어 안경을 고르는 것조차 힘들어 졌다. 나는 두더지처럼 시력이 매우 나쁜데다, 신기하게도 콘택트렌즈 착용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두 눈 때문에 안경을 쓸 수밖에 없다. 안경은 비교적 선택 범위가 넓고, 무엇보다 아주 쉽게 눈에 띈다. 나는 크고 두꺼운 검은색과 진한 갈색 안경이나, 아니면 디자인이 독특한 안경을 좋아한다. 안경을 쓸 수밖에 없다면, 그래 최대한 많이 사서 써야지. 그런데 그것이 나의 미적 감각뿐 아니라 일종의 신분까지 말해준다고?
이 책의 저자는 벼룩시장에서 마음에 드는 작은 탁자를 발견하고 깊은 생각에 잠긴다. 이것을 사는 것에 윤리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문제는 집엔 또 다른 탁자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정말 이 탁자가 필요할까. 자, 이런 상황에서 내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소비는 어떻게 해야 나에게, 사회에게, 환경에게 이로운 것일까? 저자는 물욕과 소비에 대해 이러한 질문을 품고 일상에서의 소비를 파헤친다.
이 책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소비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저자가 물건에 대해 가진 복잡한 심리를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맥시멀리스트였던 시기의 개인적이고 솔직한 경험담으로부터 시작해, 물욕과 건강한 삶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다.
그는 시장의 상술을 폭로하면서도 할인 제품을 사러 다닐 때는 마구 쏟아지는 도파민의 파도를 타기도 하고, 패션 산업의 그린워싱이라는 속임수를 파헤친다. 또한 산업과 시장이 어떻게 우리의 구매욕을 자극하는지 쇼핑의 심리학을 연구하면서, 개인이 온전히 소비에 대한 책임을 떠안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맥시멀리스트의 경험이 있는 현대의 모든 사람들에게 어떻게 수동적인 소비자에서 능동적인 설계자가 될 수 있을지 탐구해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펼쳐 보인다.
가지고 있는 물건인데, 또 비슷한 물건을 반복해서 구매하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정말 소비를 조금은 줄여야겠다고 다짐한 분들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