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형 | 135mm x 200mm |
페이지 | 286쪽 |
카테고리 | 비문학 |
출판연도 | 2024 |
세상은 수시로 변하고 사고는 갑작스레 발생하기 마련인데 당사자가 의사 표현을 할 수 없게 되면 당황한 가족은 의견이 분분해진다. 소송을 당할까 두려운 의료기관은 환자를 최대한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삼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와상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가족들은 나중에야 후회하곤 한다.
시아버지는 와상생활 12년차(93세)에 자다가 임종하셨다. 장례를 마치고 나서야 남편이 말했다.
“마지막 1년 동안은 마음속으로 수없이 고뇌했어. 아버지가 이렇게 살아 계신 게 의미가 있나? 아버지를 고통스럽게 살려두는 게 효도하는 건가? 아니면 불효인가?”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는 어머니의 고통을 지켜보며 손을 놓아야 했다. 어머니가 낡은 육신을 떠나 건강한 몸으로 돌아오도록. 그리고 어머니의 정신은 어머니가 떠났기 때문에 우리 마음속에 더욱 또렷이 살아 있었다.
스스로는 먹을 수도, 걸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삶. 진통제 없이는 버틸 수 없고, 본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침몰시키고 마는 삶.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이 아닌, 벗어날 수 없는 지옥을 견디며 사는 삶. 이 책은 바로 그런 삶을 사는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묻는다. 우리에게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는가? 혹은 타인의 선택을 제한할 자격이 있는가?
저자의 어머니는 이미 중년이 넘은 나이에 소뇌실소증이라는 가족 유전병이 발병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동안 이 병에 걸린 친척들의 불행한 말로를 목격해온 터라 어머니는 의사인 큰딸에게 자신의 마지막을 부탁한다.
어머니는 곡기를 끊고 식사량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갔다. 곡기를 끊는 단식 존엄사 방식은 의사 나카무라 진이치가 ‘5곡 7일 끊기, 10곡 7일 끊기, 야생 식물과 과일 섭취 7일, 수분 7일 끊기’의 방식으로 구체화해 제시한 바 있다. 생선이나 고기는 먹지 않고 죽과 삶은 채소, 과일을 주식으로 했으며 허기를 덜 느끼고 사레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오일과 연근물을 섭취했다. 단식 11일 후부터는 고형 음식을 모두 끊었고 이틀 뒤 연근물도 끊었다. 18일째부터 숙면하는 시간이 길어지더니 21일째 되는 날 어머니는 편안한 얼굴로 떠나셨다.
‘웰다잉’, 즉 존엄사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추상적으로 죽음을 미화하거나 다른 누군가의 사건으로 축소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책은 타이완 사회의 현황과 사례를 주로 다루지만 고령화 사회, 노인 빈곤, 환자의 자기 결정권 등이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사회에도 첨예한 논쟁거리를 제시한다.
사랑하는 이의 임종 앞에서, 저자가 생각하는 ‘존엄한 죽음’에 대해 들어보고 싶은 분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