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형 | 136mm x 211mm |
페이지 | 328쪽 |
카테고리 | 비문학 |
출판연도 | 2023 |
한국의 경제와 사회복지 시스템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공동구매’라 할 수 있다. 주택·보육·의료·교육·교통 등 공공재 성격이 강한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시민들이 갹출해서 조성한다. 굳이 이걸 공동구매라고 표현한 이유는 정부가 좀처럼 돈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또 민간이 공공재 생산 및 공급에서 상당한 역할을 담당한다. 돈을 낸 사람이, 낸 만큼 혜택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정부는 공공재 생산에 직접 나서기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어떠한 방식으로 생산할지 규칙을 정하고 그 제도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제도를 도입하고 유지하는 데 행정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결국 정치의 복원이다. 책은 “한국은 어떠한 개혁도 바랄 수 없는 사회가 됐다”는 닫는 문장으로 시작하지만, 모든 지면은 열려는 시도로 가득하다. 낙담하고 주저앉는 대신 ‘진짜 정치’의 복원을 부르짖고, 그 방법을 치밀하고 집요하게 모색한다. 특유의 섬세함으로 숫자 너머를 읽으려 분투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참가해 갈등을 해결하고 타협안을 찾는 과정’이라는 정의는 언뜻 새삼스럽지만, 지금의 한국 사회가 조금도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정치의 본질’임에 틀림없다. 정치의 복원을 불러오는 여정을 통과해야만 국민 누구나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진짜 자유’ 또한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 한국의 다음은 젖과 꿀이 흐르는 진짜 약속의 땅이어야 한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싶다면.
대한민국이 선진국이지만, 정치는 후진국이라고 느껴진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