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형 | 125mm x 200mm |
페이지 | 292쪽 |
카테고리 | 문학 |
출판연도 | 2022 |
“여자라 그런지 잔머리가 장난 아니에요.” 차별의 지독한 속성은 당하는 사람 속으로도 스며든다. 그러면 자신을 구석으로 내몬 바로 그 차별에 적극적으로 복무하기도 한다. 차별은 억압받는 자의 자기혐오로 완성된다. 거기까지만 가면 굴종을 강요할 필요도 없다. 억압받는 자가 억압받는 자를 억압한다. 억압하는 자로서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통제는 더 쉬워진다. 아들, 딸 차별의 최전선에는 대개 어머니들이 있다. 육아 대부분을 하는 어머니들은 밥부터 잠자리까지 일상의 매 순간 차별할 수 있다.
작가는 이 책에서 ‘아름다움’ ‘부유함’ ‘정상이라 불리는 것들’과 반대되는 ‘추함’ ‘가난함’ 그리고 ‘비정상이라 불리는 것들’을 끄집어낸다. 그 차별의 중심이 몸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꼬집는다. 자기 자신마저 사랑하지 못하고 미워하는 몸, 형제복지원·장애인 시설 등에서 오랫동안 자유를 잃고 학대당했던 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만으로 욕먹는 장애인의 몸, 가난하기에 인격을 빼앗긴 몸…. 어쩌면 무겁고 고통스럽게 다가올 수 있을 주제들을 간결하면서도 위트 있는 문체로 써내려간다.
작가는 삶을 사랑하고 인간과 동물에 대한 애정이 충만하며, 악함마저 모두 끌어안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단단한 세계를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때로는 읽는 이의 눈물샘을 건드리고 너무 익숙해서 차별인지도 몰랐던 회색지대를 들려주며 허를 찌르는 반전을 선사하기도 한다. 각 챕터 말미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대표, 무연고 장례지원 사단법인 이사, 정신의학과 전문의 등 다양한 분야의 이들의 인터뷰를 수록한 점도 이 책을 읽는 묘미다.
몸 때문에 한 번이라도 차별과 놀림을 겪었던 분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