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ind Book

경제 성장에도 노동시간은 왜 줄어들지 않는가?

19,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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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ind Book 069]
경제 성장에도 노동시간은 왜 줄어들지 않는가?
판형 142mm x 210mm
페이지 320쪽
카테고리 비문학
출판연도 2025
책 속의 한 문장

그런데 세상에는 ‘거래’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유용한 형태의 노동이 많다. 애써 멀리에서 찾아볼 것도 없이 우리 일상을 보면 된다. 돌봄노동을 비롯한 대부분의 가사노동은 인류의 생존과 행복에 결정적으로 중요하지만, 어떤 형태의 명시적 보상은 없다. 희생과 의무의 영역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앞서 살핀 고용의 정의에 따르면 이러한 노동은 ‘고용’이 아니다. 그런데 꼭 그런 걸까?
생각해보자. 한동안 집에서 병든 어머니를 돌보던 여성이 있는데, 아이를 갖게 되면서 상황이 어려워졌다. 어쩔 수 없이 기존에 어머니를 돌보던 일을 간병도우미에게 월급을 주며 맡기게 되었다. 이런 경우, 어머니를 돌보는 일 자체는 동일하지만 ‘비고용’이던 것이 ‘고용’으로 바뀌게 된다. 즉 돌봄노동의 내용에는 아무 변화가 없지만, 이에 대한 사회경제적 인식과 분류가 달라진다. 이제 이 여성의 아이가 돌을 지나면서 상황이 또 달라졌다고 해보자. 출산과 육아로 집에서 돌봄노동을 수행하던 그가 취업 전선에 복귀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이번에는 가사도우미를 고용했다고 하자. 그 결과, 통계상 취업자가 두 명 늘어난다. 금전적 경제활동은 두 배 늘어났지만, 이로 인한 사회적 편익이 얼마나 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만약 그 가사도우미가 일을 하는 동안 그의 초등학생 아이를 집에 혼자 두어야 하고, 취업 전선에 복귀한 여성이 월급의 상당 부분을 가사도우미에게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 해보자. 사회 전체적인 편익의 계산법은 복잡해진다.

블라인드북 소개

시장의 논리와 인간의 존엄 사이에서 ‘삶의 의미로서의 일’을 재정의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저자가‘일하는 삶의 경제학’이라는 시리즈를 통해 오늘날 일자리 문제의 본질을 규명한다. 숫자 너머를 보기 위해, 불화 속에서 길을 찾기 위해 지금 여기에서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와 정면으로 마주한다. 지난 30년간 국제기구, 정책 현장, 경제학 연구의 최전선에서 정책 개발과 조언을 업으로 삼아온 그가 학문적 고찰과 실천적 고민을 함께 담은 일자리 입문서를 선보인다.
시리즈 첫 책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는 똑떨어지게 답이 나오는 경제학적 분석을 뛰어넘어, 노동과 고용이라는 좁은 개념 밖에 존재하는 ‘일하는 삶’의 가치를 다시 묻는다. 총 아홉 장으로 구성된 책은 각각의 장에서 ‘좋은 일자리’를 둘러싼 다층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나라의 일하는 삶을 생생히 묘파하고 곳곳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강구한다. 실업, 일자리의 사회적 가치, 대가 또는 임금, 최저임금, 노동시간, 기술변화, 이주노동, 정부와 기업의 역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우리가 일과 일자리를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부터 뒤흔든다. 각종 경제 이론과 연구 결과, 최신 국제 사례를 바탕으로 기존 경제학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통찰을 제공하며, 우리 앞에 놓인 복잡한 퍼즐을 함께 맞추어가는 흥미롭고도 보람 있는 여정으로 독자를 이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왜 좋은 일자리는 부족한지 궁금한 분이라면.
일과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읽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