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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는 미래에서 (김소원 단상집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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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소원
출판사 별책부록
판형 130mm x 197mm
페이지 152쪽
카테고리 문학
출판연도 2022
책 소개

애써 위로하지 않고 다만 함께 있기 위한 글, 자주 사람에 기대어 웃고 무너지며 친애하고 침해하는 사랑들을 바라보며 쓴 글, 그리고 타인과 스스로를 지키는 다정한 글들을 써 온 김소원 작가의 네 번째 단상집입니다. 착실하게 지나가는 시간과 어김없이 돌아오는 계절 속에서 내가 ‘나’일 수 있는 미래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매일 자신을 지키려 돌보려 애썼던,
삶을 지키려 노력했던 그 매일은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되고, 곧 ‘나의 미래’가 되었습니다. 미래를 생각할 때 자신을 해치지 않기를, 자신을 해치지 않는 미래를 생각하기를.
모든 미래에 당신이 있기를 바랍니다.

저자 소개

미래를 생각하면 아무도 깨워주지 않는 긴 꿈을 꾸는 것 같았습니다. 침대에 기댄 채 자주 미세먼지 나쁨이 떠 있는 흐린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아침에서 낮, 낮에서 저녁, 저녁에서 밤, 밤에서 새벽으로 옮겨가는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내 위치와 내 자리, 내 분수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이 시간과 이 공간 중에 나는 어디에 위치할 수 있는 건지.
어떤 날은 여기, 라고 생각되는 곳이 있어 그곳에 간절하게 매달렸고 그런 날이면 그곳이 나를 배반할까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여기, 라고 생각되는 곳이 없다고 느껴지는 날에는 그것이 나의 분수라고 생각하며 분수, 라는 말을 약간의 분노와 절망과 함께 곱씹었습니다. 그러느라 몸이 좀 상했고 마음은 그것보다도 조금 더 상했습니다.
내 몸과 마음이 여위는 것과 상관없이 시간은 착실하게 지나가고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왔습니다. 모든 것이 변했는데도 일상은 여전히 일상이라는 사실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창문을 여는 날마다 다른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창밖에 있던 나무에 꽃봉오리가 맺히고, 그게 활짝 피고, 또 며칠 뒤에는 꽃 째 지고, 또 그 자리에 새싹이 올라오고, 또 잎이 무성해지고, 그게 낙엽이 되고, 그마저 사라지는 그런 일들을. 그렇게 사계를 보내며 내가 될 수 있는 나는 결국 최대한의 나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간절하게 매달렸다고, 배반당했다고 생각했던, 그래서 분노하거나 절망하며 꿈꾸었던 나의 미래는 ‘나’의 미래여야 한다는 것도.
아무것도 잃지 않고 미래를 맞이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를 잃고서 맞이하는 미래도 나의 미래일 수 없다는 것을 조금 늦게 알았습니다. 지나가는 시간과 돌아오는 계절 속에서 내게 사랑과 용기를 주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매일의 나를 지키고 돌보려 애썼습니다. 다만 내 삶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그 매일은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되고, 곧 나의 미래가 되었습니다.
이 글들이 자신을 해치지 않는 미래를 생각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앞으로 올 모든 미래에 당신이 있기를 바랍니다.

1월의 이른 저녁
김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