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차학경 |
출판사 | 문학사상 |
판형 | 130mm x 224mm |
페이지 | 240쪽 |
카테고리 | 문학 |
출판연도 | 2024 |
탈식민주의문학, 페미니즘문학, 소수자문학의 ‘컬트 클래식’
절판 20년 만에 원작의 디테일을 오롯이 살려낸 개정 결정판
1982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한국계 미국인 작가 차학경의 유작. 초판 발행 후 한동안 절판 상태였으나, 아시아계 미국문학 연구자들과 페미니즘 연구자들이 주목하면서 현재 관련 연구자 및 학생이 반드시 읽어야 할 불후의 ‘모던 클래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딕테』는 한국의 유관순, 프랑스의 잔 다르크와 성녀 테레즈, 그리스 신화의 아홉 뮤즈들, 저자의 어머니 허형순, 차학경 자신 등 여성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된다. 통상 소설 또는 서사시로 간주되지만, 하나의 장르에 갇히지 않는 열린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자서전, 소설, 역사, 시 등 다양한 장르가 상호텍스트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점프 컷 등 다양한 영화 편집 기법도 차용하고 있다. 언어 역시 영어와 프랑스어로 서술된다. 이러한 포스트모더니즘적 구성과 표현을 통해, 어릴 적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디아스포라 여성의 시각으로 본 삶의 역사성, 여성성, 존재성의 양태를 탐구한다.
“예술가의 길은 재료를 다루는 점에서 연금술사의 길과도 같다. 그/녀의 비전은 재료와 지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차학경, 「Path」(UC버클리 석사학위논문, 1978)에서
차학경은 여러 측면에서 연금술사였다. 그의 작품은 독자들이 이제껏 경험했던 세상에서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변화를 일으켰다. 차학경은 이미지와 텍스트, 행위라는 재료를 가지고 지각을 변화시키는 비전을 실현한 연금술사였으며 그의 작품 중 하나인 『딕테』는 그 실험성과 통찰로 지금까지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그 연금술의 정점에 이르기 전의 작품이라고 가히 말할 수 있다. 만약 그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이 이상의 위대한 작품들이 더 나왔으리라는 것을 『딕테』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디아스포라, 여성주의, 다문화주의, 탈식민주의까지 아우르는 선구적 실험문학
차학경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오래전 절판된 『딕테』를 읽기 위해 미술관에 가거나, 중고가로 몇십만 원을 지불하여 구매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딕테』는 왜 이렇게 유명하고 중요한 작품일까? 왜 이만큼이나 마니아층이 두터운 걸까? 『딕테』는 도입부와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구성은 문학적이면서 연극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각 장은 제우스와 므네모시네 사이에서 태어난 아홉 딸들인 무사이(뮤즈), 즉 음악과 시를 담당하는 신들의 이름으로 되어 있다. 그 내용은 놀랍게도 『딕테』가 출간된 지 40년 이상이 흐른 지금의 주요 담론인 디아스포라, 여성주의, 다문화주의, 탈식민주의까지 아우른다.
프랑스어로 받아쓰기를 뜻하는 ‘딕테(Dict?e)’라는 제목은 대문자(DICTEE)로 쓰여 프랑스어의 악센트가 사라지고, 영어를 쓰는 미국 독자들에게 ‘딕티’라고 발음된다. 책에는 신화에 나오는 신들부터 유관순, 잔 다르크, 수녀 테레즈, 자신의 어머니까지 여성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차학경은 이 인물들을 순결하고 고귀하거나 강인한 여성의 모습이 아닌 누군가의 딸, 우리 주변의 사람들, 우리 자신과 같은 존재로 그려낸다. 곳곳에 있는 인체의 발설 기관 그림들과 발설 과정의 묘사는 텍스트와 말, 발화, 그 이전의 발설 자체에 집중하게 하여 인간의 문화와 인간성 기저에 있는 기호학과 언어학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