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크리스 웨어(Chris Ware) |
출판사 | 고트 |
판형 | 230mm x 180mm |
페이지 | 356쪽 |
카테고리 | 이미지 |
출판연도 | 2023 |
1975년 미국 중서부 네브래스카의 설국
“인간이 눈 결정을 최초로 관찰하기 시작한 대략 3세기 전부터 지금까지 수천 개에 달하는 눈 결정체를 종이나 필름 상에 포착해왔지만, 그 가운데 완벽하게 닮은 한 쌍을 발견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람 눈에 아예 든 적 없는, 아니 사람이 영영 보지 못할 수십 억, 수조 개에 달하는 눈 결정은 어떨까요? 적어도 개중 서로 얼마간이라도 닮은 한 쌍을 찾을 가능성은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1655년 로버트 훅이란 과학자는 사방에 쌓이고 흩날리는, 르네 데카르트가 작은 장미 또는 톱니 여섯 개 달린 바퀴라고 묘사 한 바 있는 눈 결정을 처음으로 그려보고자 했습니다.
훅은 세계 최초로 발명된 현미경 중 하나를 통해 눈 결정을 최대한 가까이에서 살피려 했지만 그림을 그리는 사이 눈이 녹아 없어졌지요. 그러니 훅이 그린 그림들은 직접 관찰보다는 기억의 산물입니다. 다행히 오늘날 우리가 누리게 된 정밀한 사진 기법들 덕에 과학자들은 눈 결정의 자연적인 증발을 이제 시간 속에 정지시킬 수가 있고, 그렇게 우리는 원껏 눈 결정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연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눈 결정 하나가 손가락 위에 머물다가 돌연 물방울로 되돌려지는 건 한순간의 일이나, 그 물방울을 그대로 얼린다고 눈 결정이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죠. 그리 얼려 얻는 건 작은 얼음 방울, 얼음 구슬에 불과해요. 눈 결정 하나의 정교하고 기적에 다를 바 없는 모양은 그 눈 결정이 구름량과 기온과 습도가 어우러져 형성하는 유일무이한 환경 조견을 통과하며 지나온 길이 빚은 것이고, 티끌 한 점에서 탄생해 극미하고 쉽게 깨어지는 결정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전 생애를 담아낸 한 폭의 그림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러스티 브라운』에서
1970년대 미국 중서부 네브래스카의 눈 쌓인 저녁, 이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하나의 눈 결정은 아름답고 완결적이며 날렵한 테두리를 둘렀지만, 이들이 이루는 눈보라는 비정형의 꼴로 속도를 내며 거기 속한 이들을 휩쓸고 묻습니다. 아주 작은 것부터 아주 큰 것까지, 다양한 크기의 칸을 통해 크리스 웨어는 여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전달합니다. 무력한 인물들이나마, 지나쳐온 고유한 환경과 기억이 있고, 그 기억이 현재를 덮칠 때 이들의 미세하고 날카로운 감각이 되살아납니다. 이 책 속의 세부는 단순히 전체에 봉사하지 않으며, 그 자체로 의미를 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