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류하경 |
출판사 | 한겨레 출판사 |
판형 | 141mm x 210mm |
페이지 | 316쪽 |
카테고리 | 비문학 |
출판연도 | 2024 |
왜 나는 그들의 사익을 변호하는가
시민의 편의, 사회적 합의, 다수의 행복이란 탈을 쓴,
‘허용된 공익’에 맞서는 ‘위험한 사익들’을 위한 변론
수업권 침해를 이유로 고소당한 대학 내 청소 노동자, 코로나19 방역 위반으로 법정에 선 집회 주최자, 시민의 통행 불편을 초래했다는 명목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장애인 이동권 투쟁가.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무엇이 공익인가”라는 생경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는 점이다. 이 사건들은 단어 그대로 ‘모두의 이익’을 뜻하는 ‘공익’에 대한 해석이 동일한 사회 집단 내에서도 이토록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왜 어떤 ‘사익 추구’는 의심 없이 ‘공익’이라 불리면서, 왜 누군가의 ‘사익 추구’는 과격한 ‘떼쓰기’로 여겨질까?
《불온한 공익》은 오랜 시간 소수자, 약자와 함께 싸워온 변호사 류하경의 첫 저서로, 스쿨미투 정보공개 청구, 경비 노동자 갑질 사망 사건, 삼성 최초 노조 설립 투쟁 등 직접 변호를 맡았던 굵직한 갈등 사례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공익’ 개념을 톺아보는 책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깊은 논의 없이 일종의 당위로서 강요되어 온 ‘공익’의 진짜 의미를 논의해 보고자 한다. 저자는 우리가 쉽게 ‘공익’ 사건이라 떠올리는 사건조차도 모두 ‘사익’ 사건으로 수렴한다며, 어쩌면 ‘공익’은 “사회적 약자의 사익 중 현재의 공동체 다수가 그 추구 행위를 허용하는 사익”일 것이란 도발적 주장을 펼친다. 그렇다면 허용되지 않는 사익이란 무엇인가.
허용되지 않는 사익은 기존 시스템을 흔들고 균열을 내는 사익이다. 국가 운영 방식과 사회 체제에 질문을 던지는 사익이다. 따라서 지배 세력이 볼 때 그 추구 행위가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시민의 편의, 사회적 합의, 다수의 행복이라는 정치적 언어를 통해 그 사익들을 불온하고 과격하다고 선동한다. 다수의 공익을 해치는 이기적인 사익이라 낙인찍는다. 장애인의 사익, 아동의 사익, 난민의 사익, 성소수자의 사익이 그러하다. 이 책은 ‘길거리의 변호사’, ‘위험한 변호사’라고 불릴 정도로 투쟁 현장과 가깝게 지내온 저자의 경험을 통해 왜곡되고 둔갑된 ‘불온한 사익’들의 얼굴을 조명하는 데 집중한다.
저자는 ‘공익’을 완벽히 정의 내리는 것보다 모든 ‘사익’이 공평하게 이야기될 수 있는 경기장을 넓혀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별 노력 없이도 모두가 귀 기울이는 자의 사익과, 소리 지르고 바닥에 드러눕고 유서를 남겨야 겨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의 사익이 동등한 경기 조건에 있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 경기장을 평탄하게 만들고자 싸워온 저자의 노력이 책 곳곳에 배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