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박상은 |
출판사 | 독립출판 |
판형 | 100mm x 152mm |
페이지 | 84쪽 |
카테고리 | 이미지 |
출판연도 | 2024 |
책 소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부재와 동시에 살아갑니다.
봄과 겨울, 만남과 이별, 빛과 어둠을 통과해 갑니다.
눈앞에 있었던 수많은 것들이 사라졌음에도 기어코 삶은 계속됩니다.
새로운 해를 봅니다. 채워졌다가 다시 비어가는 달을 봅니다.
저는 이 여정 속에서의 어떤 만남을 좋아합니다.
보통 낯익은 물건들 가운데 약간 비뚤거나
어쩐지 그리 완벽하지 않은 모양에서
불현듯 발견되는 특별한 순간이 있습니다.
마치 그것들은
시간이란 것이 잠시 머물다 흘린 부스러기 같기도 합니다.
그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가까이에 있습니다.
유쾌한 듯 고독하고
보송보송 부드러웠다가 베일 듯 날카롭고
창백했다가도 눈이 부시게 빛나고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는 조각들도 있으며
아무 말없이 있다가 홀연히 사라지는 그런 것들도 있습니다.
이런 순간을 그림으로 남겨둡니다.
그러고는 흘러가는 시간과
잠깐 동안 곁에 있던 조각들을 같이 기록하며 생각해 봅니다.
우리들이 존재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이런 조각들이 하나씩 쌓여 늘어가는 것일지 아니면 원래 늘 그 자리에 있는 무언가가 점점 부서지고 희미하게 사라져 가는 것인지 말입니다.
작고 인적이 드문 이곳엔
시간이 머물렀거나
빛이나 그림자가 머물렀거나, 계절이 지나갔거나
사람들의 온기가 머물렀던 어딘가에서
잠시 곁에 있다가 간
존재의 조각, 부재의 조각의 흔적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