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김경욱 |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
판형 | 143mm x 210mm |
페이지 | 304쪽 |
카테고리 | 중고책 |
출판연도 |
‘우리시대’에 매혹당한 섬세한 관찰자 김경욱의 새 소설집 커트코베인을 죽였는가』(문학과지성사, 2003) 출간 이후 2년 만에 네 번째 소설집 『장국영이 죽었다고?』를 펴냈다. 새 소설집에는 수상작인 「장국영이 죽었다고?」(KBS 2TV ‘드라마시티’ 6월 중 방송 예정)를 비롯해서 모두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소설가 김경욱은 올해로 등단 12년째를 맞은 작가다. 하지만 아직도 ‘신세대’라는 열없는 수식어가 심심찮게 따라다닌다. 이는 그가 소설에서 집요하게 빌어 써온 대중문화적 요소의 이미지에 기인할 것이다. 하지만 소비사회와 대중문화를 일용할 문학 생산 양식으로 공유하는 동세대 작가들의 경쾌한 향유 방식과는 구별된다. 그의 소설에는 분주한 접속은 있되, 향유는 없다. 인터넷을 기축으로 한 가상 세계나 영화, 텔레비전 등 대중적 허구 문화 세계에 접속하여 새로운 존재의 감각을 체험하고 그 감각적 실존을 통해 새로운 실존 그러니까 탈존(脫存)을 꿈꾸는 것이야말로 김경욱 소설의 핵심이다. 버추얼 리얼리티의 가상성과 잠재성으로 리얼리티를 반성케 하고 새로운 리얼리티를 구축하는 것, 실재를 모방한 허구보다는 허구를 모방하는 또 다른 실재의 허구 세계로 과감하게 탈주하는 것, 그것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세계 인식의 새로운 관점을 안내하는 것, 이런 국면들을 김경욱의 소설은 함축한다. 표제작 「장국영이 죽었다고?」는 그 어떤 의미에도 뿌리내리지 못하는 우리시대 젊은이들의 삶의 모습을 다양한 문화적 코드들과 함께 절묘하게 포착해냈다. 하필 만우절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살해버린 홍콩스타 장국영이 중심 모티프로 놓여 있고, 여기에 신용불량자가 되어 회사에서 밀려나고 가정조차 깨져버린 한 남자의 삶과, 그 남자가 인터넷을 통해 접속하게 되는 한 이혼녀의 삶이 중첩된다. 이 두 남녀는 같은 날 장국영의 영화를 보았고, 또 같은 날 결혼을 했고, 같은 장소로 신혼여행을 갔었다. 둘 모두 쓸모없는 것들을 기억하는데 비상한 능력의 소유자들이다. 고시원에서 기숙하며 무의미한 나날들을 견디는 남자는 라디오 방송에 사연을 보내 쓸모없는 물건들을 받아내는 게 취미다. 두 남녀가 나누는 대화 속에서 이 쓸모없는 기억들이 연쇄를 이루는 가운데 그 흐름 속으로 돌연 장국영의 죽음이라는 기호가 삽입된다. 그럼으로써 쓸모없는 기억들의 무의미함은 그들끼리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유대와 활기를 만들어낸다. 그 활기가 소설에 마지막에 놓여 있는, 플래시몹이라는 무의미의 집단적인 퍼포먼스로 발현된다. 그것은 곧, 그 어떤 의미의 흐름으로부터도 벗어나버린 것들의 유대가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순간이며, 그것을 확인함으로써 무의미함과 쓸모없음이 자기 자신으로부터 활기를 획득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김경욱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유용성의 세계로부터 시대의 우울 속으로 추방당한 사람들이 새로운 의미와 활기를 포착해내는 모습을 산뜻하게 형상화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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