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유겸 |
출판사 | 독립출판 |
판형 | 115mm x 185mm |
페이지 | 112쪽 |
카테고리 | 문학 |
출판연도 | 2023 |
<초연해지는 그늘>은 어깨 위로 드리운 우울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시간, 스쳐 지나가는 계절의 풍경속에서 잠시 서서 쌓아간 순간들을 그리고 적어 내려간 산문집입니다.
쉽지 않았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것, 일상을 다시 찾는 것은 어려웠다. 우울한 날들이 많았지만, 우울하다고 바뀌는 것은 없었다. 기분은 오르락 내리락했고, 울고 있는 내가 초라해보였다. 뒤죽박죽 정제되지 않은 감정들을 잠시 상자 안에 숨겨두고 겹겹이 포장했다. 그리고 다시는 꺼내보지 않을거라 결심했다.
그러나 또 한번 상자가 조금씩 열리면서 깨달았다. 이제는 좋아하고, 좋아하는 일들을 찾아보자고. 좋아하는 것에 열심히 표현하자고.
아무래도 일상회복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은 행복과 우울 사이의 애매한 감정인 것 같습니다. 그 감정이 무엇인지 설명하기가 어려워, 어떤 감정을 겪었을 때 ‘우울함’이라고 정의 내리고는 했습니다. 꼭 라벨을 붙여야하는 것은 아니었는데. 그런 감정을 느낄 때마다 저 자신을 너무 우울함으로 몰아가는 것은 아닐까. 이 우울함은 왜 시작만 있고 끝은 없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제 안의 우울한 감정을 몰아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두 개의 문이 앞에 있다고 해서 꼭 하나의 문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앞에 앉아서 잠시 쉬기도 하고, 다른 좋아하는 일을 많이 하자고 결심했습니다. 문 앞에 서 있는 시간이 조금은 길더라도 지금은 필요한 시간이라고, 지금은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을 모아 쓴 글들이 저와 비슷한 시간을 지나고 있는 독자들에게 전해져, 고민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들에게 드로잉과 글로 따뜻한 안부를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