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장명진 |
출판사 | 프랙티컬 프레스 |
판형 | 120mm x 186mm |
페이지 | 176쪽 |
카테고리 | 문학 |
출판연도 | 2023 |
집은 없었지만 늘 있었던 것처럼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낸 도시생활자의 삶과 집
이 책의 저자는 대안학교 교사, 커피하우스 점원, 공간 스토리텔러, 여행 작가, 작은도서관 운영실장, 인테리어 칼럼니스트 등 여러 일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대학 시절에 지낸 단독주택 가정집의 하숙방부터, 3평 원룸, 오래된 아파트와 맨션, 작은 다락과 정원이 딸린 현재의 집까지 다양했던 그의 직업만큼 다양한 곳에 살았습니다.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산, 서울, 파주, 철원, 인천… 여러 도시를 돌아 다시 서울로. 꿈을 이루고자 더 번화한 곳으로, 외롭고 넓은 도시로 혈혈단신 이주했지요. 그때마다 저자는 자신의 공간을 ‘진짜 내 집’처럼 정성 들여 가꿨습니다. 충만한 하루를 보낸 날도, 고단한 하루를 보낸 날에도 언제나 집으로 돌아와, 크고 작게 바꿔가며 자신만의 따듯한 안식처로 만들었습니다.
삶과 나를 가꾸는
꼭 1인분만큼의 인테리어 레시피
저자가 말하는 인테리어 레시피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 크게 수고스럽지도 않으며,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이 오로지 1인이 해낼 수 있는 동시에 충분히 일상을 환기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어딘가 다르고 특별하며 재미있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수목원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고 나서 우드 데코타일 설치법을 알려준다든지, 까만 밤하늘 아래서 바다를 향해 달렸던 지난한 어느 날을 떠올렸다가 조명을 활용한 인테리어를 설명합니다. 책과 인연이 깊었던 한 시절을 들려주고는 저렴한 목재를 사서 책장 만드는 법을 소개하기도 하고요. 이 책엔 거창한 도면도 사진도 없지만, 조곤조곤 건네는 작가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든 나만의 취향을 반영한 셀프 인테리어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인테리어’라면 어쩐지 고가의 장비를 동원하여 리모델링을 하고, 북유럽풍의 빈티지 가구나 값비싼 소재의 모듈 가구를 놓아야 할 것만 같은 일종의 편견을 톡톡 깨트리지요. 환하게 웃던 어느 날은 가구 배치를 바꾸고, 화내고 좌절하던 날은 문고리를 바꾸고, 또다시 힘을 내던 어느 날은 벽에 페인트를 색칠하며. 그렇게 가끔 무너지면서도 다시 일어나 한 걸음씩 옮겨, ‘꼭 1인분만큼의 인테리어 레시피’로 삶과 집 그리고 자신을 돌봅니다.
최선을 다하는 한 사람분의 삶,
나를 잃지 않으려는 근사한 태도
저자의 시절의 집과 인테리어를 함께 둘러보는 여정은 때로는 애틋하고, 때로는 무척이나 근사합니다. 사업에 실패해 빈털터리였던 시절, 젠트리피케이션에 쫓겨 정든 곳을 떠나야만 했던 시절을 지나, 작은 다락과 정원이 있는 이층집에 오기까지 지난날들을 담담히 풀어내는데요. 지난한 시간을 통과하면서도 시종일관 자신만의 유머와 취향을 잃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마음껏 꿈꾸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하고, 다시 현실 한 가운데 선 자신을 똑바로 마주하며 더 나은 자신과 공간을 위해 발을 내딛습니다. 책을 통해 저자는 결국 ‘인테리어’란 나와 나의 공간을 돌보는 일임을, 나아가 삶을 돌보는 일임을 일깨워 줍니다. 오늘도 최선을 다해서 한 사람분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모든 1인 도시생활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