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김진솔 |
출판사 | 독립출판 |
판형 | 148mm x 210mm |
페이지 | 84쪽 |
카테고리 | 이미지 |
출판연도 | 2023 |
사진집
<서문>
사진집
낯선 공간에 도착해 내가 살던 공간과 미묘하게 다른 공기를 한껏 깊게 들이마셨다 내뱉고 나면, 그제야 멀리 떠나왔다는 감각이 피부로 와닿는다.
매번 멋진 풍경을 카메라에 많이 담아오겠노라고 혼자만의 다짐을 새기며 떠나지만, 어째선지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살펴본 사진들은 항상 기억 속 여행지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가상의 시공간 속 풍경처럼 보인다.
여행지에서 촬영한 사진이지만 ‘여행 사진’이라는 단어를 붙이기 망설여지는 이 사진들은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어느 곳도 아닌. Nowhere의 풍경 속엔 현실 공간에 발을 딛고 있을 때에는 선명하게 보이지 않던 무엇인가가 숨어 있는 것 같다.
이 이미지들 속에 남겨진 것들이 정확히 무엇일지 나 스스로 단호하게 확신할 수는 없다. 내가 만들어낸 것을 스스로 규정짓기란 참 힘드니까.
불안일 수도, 외로움일 수도, 허무함일 수도, 때론 어렴풋한 희망일 수도. 때로는 몇 가지 단어들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혹은 나도 모르는 내 마음속 무언가일지도 모르고.
다만 이 이미지들에는 확실히 무엇인가 존재한다는 느슨한 확신이 어느새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어느 곳도 아니기 때문에 드러날 수 있는 감정들이 있을 것이다.
어느 곳도 아닌 여행 사진이 그려내는 풍경이 각자의 Nowhere를 향한 이정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바라건대 이 이미지들이 다른 사람에게 읽혀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에 이 책을 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