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이준식 |
출판사 | 자인운트 |
판형 | 165mm x 260mm |
페이지 | 120쪽 |
카테고리 | 이미지 |
출판연도 | 2023 |
“Scent mark”는 고양이가 영역 표시를 하기 위해 귀 뒤의 취선을 이용해 머리를 비비거나, 분비물을 뿌리는 식으로 남긴 냄새 자국을 말합니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는 적절한 숨을 곳과 쉴 곳을 잡으면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으면 그곳을 잘 떠나지 않습니다. 그런 고양이들에게 생기는 특별한 일이라면, 바로 지금 대구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재개발입니다. 광범위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재개발은 인간을 내쫓는 것뿐만 아니라 고양이도 함께 내쫓고 있었습니다. 갈 곳을 잃은 고양이들은 조심스럽게 인간의 터전에 섞여들고 있습니다. 때론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상가의 작은 마당에, 아니면 길거리 사이사이의 더 좁은 틈으로요.
현시점에서, 고양이는 대구에 존재하는 가장 약한 존재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대구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지역에서도 고양이는 상대적인 약자이며 때로는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에 더해, 가면 갈수록 그들의 안전한 영역은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고양이를 중심으로 보는 도시 생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에게는 힘들게만 변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의 집인 대구의 계대지구(대명3동 일대) 역시 재개발 예정 지역이 되었습니다. 그 때 생각난 것은 저와 같이 살고있는 고양이 ‘폴’과, 폴이 살고 있는 ‘계명맨션’의 주변에 살고있는 고양이였습니다. 겁이 많은 이 친구가 재개발과 함께 이 장소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요.
이 작업을 진행하며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이 있습니다. 고양이와의 거리를 좁히려고 하는 시도, 고양이 주변의 요소들을 제한하는 사진 표현으로 인해 귀여움이나 연민을 불러일으키도록 만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불필요하게 다가가지 않기’, ‘멀어질 수 있는 만큼 멀어지기’를 생각하며 사진을 찍을 필요가 있었고, 또 그렇게 해야만 이 도시의 구성원으로서의 고양이를 찍고 고양이들을 둘러싼 현실을 더 명확히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Scent mark”처럼, 영역동물로서의 고양이와, 인간이 만든 환경에 적응해 떠도는 고양이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기 위해서요.
동시대에서 논의되는 담론에는 하나의 흐름이 있는 것만 같습니다. 어느 날에는 재개발, 또 어느 날에는 길고양이와 관련한 이슈가 있는 것처럼요. 그 흐름이 지나가고 논의가 조금 잠잠해지면, 한때 우리를 둘러싼 문제들이 해결된 것만 같은 그런 착각이 들곤 합니다. 하지만, 지난날의 담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경우가 많습니다. 고양이들은 2023년 10월인 지금도 여전히 복잡한 도시를 헤매고 있습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지난 2년간 담아온 풍경과 장면이, 한때의 현상이 아닌 지속될 수 있는 담론이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