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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어느 집

Original price was: 18,000원.Current price is: 16,200원.

2개 재고

저자 박찬용
출판사 에이치비프레스
판형 125mm x 188mm
페이지 372쪽
카테고리 비문학
출판연도 2025
책 소개

사소하게 복잡한 집수리 7년
서울의 어느 집 고쳐서 사는 이야기

집을 계약하고 거기서 살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 7년

“두말할 나위 없는 낭비였고, 그 낭비에 만족한다는 말만 남긴다. 이제는 낭비를 해야 깨달을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엘르〉, 2024년 4월, 박찬용 칼럼) 잡지에 이 글을 쓸 당시 ‘서울의 어느 집’은 6년에 걸친 집수리 끝에 거주가 가능해져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할 수 있는 상태였다. ‘거주’란 무엇일까? 21세기 서울에서 집 안에 이렇다할 가구도 없이 사는 걸 제대로 ‘생활’한다고 말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 무렵 그는 스위스 출장 중 구입해 온 중고 의자에 앉아 무릎에 (아니면 택배 상자일까?) 랩톱을 얹고 원고를 마감하는 틈틈이 가구 설치 계획을 세우고 있었을 것이다. 집에 침대, 옷장, 무엇보다 책장이 있어야 (택배 상자에서 짐 꺼내기를 그만둬야) 그곳은 집다워질 것이었다. 도대체 왜? 무엇을 위해 무엇을 하느라 이 집수리는 6년이 지나서도 끝나지 않고 있는 걸까? 〈서울의 어느 집〉 프롤로그인 ‘15평짜리 미로’에 따르면….

저자는 7년 전 준공 50년에 가까운 낡은 공동주택의 한 세대를 구입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가장 오래된 공동주택이었고,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꼭대기 층에 있었다. 오늘날의 주거 기준에 맞는 수리가 되어 있지 않았고, 그래서 저렴했다. 그 집을 위해 당시 그가 가지고 있던 모든 자원을 쏟았다. 당시 그의 주변 모든 사람이 이 결정을 만류했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으니까.
이 집을 고칠 때 쓰인 주요 자재와 소품은 여러 나라에서 왔다. 스위치와 조명과 세면대는 스위스. 변기는 일본, 두 번째 세면대는 독일, 마루는 이탈리아, 타일은 이탈리아와 일본과 튀르키예. 그는 오랜 시간 동안 그 자재들을 찾아다녔다.
그는 넉넉치 않았고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그가 모은 물건들은 대부분 악성 재고였다. 세면대와 타일과 변기는 30년 이상. 마루도 10년 이상. 그것들을 모두 모아 그는 서울에 있는 낡은 집을 겨우 고쳤다. 집수리에 대해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작했지만, 공사가 끝나자 그는 그때 그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몰랐음을 깨달았다. 그러는 동안 이 집은 준공 50년을 넘겼고, 세계는 코비드-19를 거쳐 AI와 트럼프 2기로 돌입했다.
이 집을 고칠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왜 그러냐. 왜 그렇게까지 하냐. 이제 그는 누가 어떤 의도로 묻는가에 따라 아주 여러 가지 종류로 대답할 수 있다. 한 마디로, 그는 알고 싶었다. 더 길게 하면 이렇다. 한정된 자원과 재주를 가진 개인이 서울에서 그럴싸하게 산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얼마를 들이고 누구를 만나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집수리 예산 00만 원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안에서 그는 얼마나 절약하고 어디에 사치를 해서 무엇을 구현할 수 있는지, 그리하여 그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지, 그 전에 그가 원하는 ‘그럴싸한 삶’이라는 게 무엇인지. 더 더 길게 한 대답이 이 책이다.

저자 소개

박찬용

에디터, 칼럼니스트. 부산 출생, 서울 성장. 금천구, 영등포구, 서대문구 거주. 서강대학교 영미어문학과 졸업. 〈크로노스〉, 〈에스콰이어〉 등에서 피처 에디터로, 〈아레나옴므플러스〉에서 피처 디렉터로 일했다. 손목시계, 엔터테인먼트, 브랜딩, 식품산업 등을 담당하며 콘텐츠를 제작했다. 2018년 〈요즘 브랜드〉(HB PRESS) 이후 저자로도 활동했다. 2023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박찬용의 집’을 출품했다. 현재 한국의 신문, 방송, 기업 등과 일하는 틈틈이 자신의 작업물을 만들고 있다. 〈한국의 요즘 브랜드〉(HB PRESS)를 작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