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s Room

순간 연두 | 기록되거나 기억되었더라도

by 연두

모든 움직임은 연속선상에 있다. A에서 B로 이동하여 B에 위치한다면, 그 과정을 기록하거나 기억하지 않더라도 A에서 B로 이동한 순간의 움직임들은 분명히 있다. 반면 A에서 B로 이동한 기록과 기억이 있더라도, B에 위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기록과 기억이 없더라도 B에 위치한다는 것은 A에서 B로 이동한 행위에 대한 산물이기 때문에 A에서 B로 이동한 순간의 움직임들이 있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기록과 기억이 있더라도 B에 위치하지 않는다면 A에서 B로 이동한 행위에 대한 산물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기록과 기억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모든 움직임은 연속선상에 있다. A에서 B로 이동했다는 진술과 진술에 대한 선행의 진술, 선행의 선행에 대한 진술, 선행의 선행의 선행에 대한 진술로 거듭해서 올라가다 보면, 그 진술의 실체를 만나게 될 것이다. A에서 B로 움직였다고 진술되었지만 B에 다다르지 못했을 수도 있고, C를 B로 오인하여 B가 아닌 C로 이동하였을 수도 있고, 그것이 모두 꿈(허상)이었을지도 모른다.

허상은 시공간을 점유할 수 없다. 가상의 시공간을 점유했을 수 있지만, 그것은 실체가 없다.

하지만 실체가 없는 진술뿐이라 하더라도, A에서 B로 이동한 기억이 있는 ‘나’는 기억이 없는 ‘나’와는 차이가 있으니, 그 또한 없다고 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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