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초침에 맞춰 하나 둘 셋 (…) 예순, 다시 하나 둘 셋 (…) 예순하고 숫자를 세는 버릇이 있다. 반복된 숫자를 세며 나는 감각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체화한다.
내가 그리는 그림 속 인물의 움직임에는 시간이 지워져 있지만, 움직임과 움직임 사이의 간격은 시간의 단위로 작동한다. 나는 그렇게 시간이 지워진 움직임을 그리다, 때때로 시간을 온전히 담고 있는 원본 영상을 다시 찾아본다. 원본 영상과 그림 간의 시간적 간극을 줄이기 위함이다.
영상 속에는 움직이는 인물(수행자)이 있다. 인물은 ‘탓-탓-탓-탓-타탓-탓-탓’ 하고 움직인다. 그리고 다시 ‘탓-탓-탓-탓-타탓-탓-탓’하고 움직인다. 인물의 시간은 마치 ‘탓-탓-탓-탓-타탓-탓-탓’ 하고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움직임의 반복 속에서 인물은 물성을 가진 시간을 갖게 된다. 그 시간은 ‘탓-탓-탓-탓-타탓-탓-탓’ 하고 흐른다.
이렇듯 움직이는 주체가 지닌 내면의 시간 감각은 움직임으로써 드러난다. 그 움직임은 움직이는 주체의 신체와 사고, 감정, 그리고 그를 둘러싼 시공간적 환경 등 다양한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며 형성된다.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움직이는 주체는 고유한 시간의 단위를 갖게 된다. 그것은 다시 움직임 속에서 드러난다.
‘하-나-두-울-셋넷-다-섯’.
나는 숫자를 센다. 영상 속 인물의 움직임을 보는 나의 숫자 세는 속도가 미세하게 흔들린다. 다시 숫자를 센다. 영상 속 인물의 움직임과 내가 세는 숫자들이 얽힌다. 그 속에서 나는 새로운 시간 감각을 발견한다. 나의 시간 단위 역시 조금씩 달라진다. 영상 속 인물과 나의 상호작용에 의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