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만의 <건축학개론> 또는 <기억의 습작>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누군가의 스무 살, 누군가의 첫사랑.
첫사랑이라는 단어는 생각만 해도 공연히 아련해진다. 서리를 맞은 꽃봉오리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모양새를 지켜보는 것처럼 가슴이 파르르 떨리고 아리다. 온도로 따지면 펄펄 끓는 100℃라기보다 미열로 온종일 끙끙 앓는 37℃쯤에 더 가깝지 않을까.
첫사랑이 이토록 애틋한 건 대체로 시절과 관련이 있다. 아무것도 몰라서 천연했고, 처음이라서 모든 것이 당황스럽고 새롭기만 했던 그 시절. 첫사랑을 떠올리면, 어리고 순수했던 그때의 내 모습도 함께 불어와 잠시 머물다 풋내를 풍기며 흩어진다.
예전부터 첫사랑은 추억으로만 남겨 둬야지 구태여 꺼내 보지도, 애써 찾지도 말라는 말이 통념처럼 전해진다. 시간이 지나 첫사랑을 다시 만나면 예전과는 너무도 달라진 서로의 모습에 실망하기도 하고 세월을 새삼 실감하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첫사랑은 가슴에만 묻어 두는 게 추억을 그 자체로 아름답게 간직할 수 있는 거라고.
나도 가끔씩 첫사랑이 생각날 때가 있다. 한 번도 만나진 못했지만 문득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기도 한데 살짝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혹은 그가 실망할까 봐. 그렇다고 서로가 기억하는 그 시절의 모습과 함께했던 추억이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닌데.
모든 나이가 한 번밖에 없는 거지만 스무 살은 다른 나이에 비해 유독 더 유일하다고 느껴진다. 치기 어리고, 순수하고, 서툴렀지만, 그럼에도 만냥 행복했던 시절이니까.
여전히 마음 한 모퉁이에 살포시 잠들어 있는 나의 스무 살, 그리고 나의 첫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