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매력적인 만큼이나 위험하다. 사람들은 말을 잘하는 상대를 의심한다. 반면에 글을 잘 쓰는 상대의 문장은 명백한 진심이라고. 글을 올곧게 쓰는 사람은 불온하지 않다고. 아무런 의심 없이 현혹된다. 그렇게 한 사람의 작가와, 한 줄의 문장은 생각보다 간단하게 누군가의 신념이 된다.
글은 고상한 사람들의 농밀한 추파이자, 경계의 환락이며, 그리고 최후의 무기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반드시 남들보다 성숙하고 현명하다는 믿음은 어리석은 편견이다. 글은 단지 오랜 시간 꾸준히 앉아서 제작하는 성실함의 산물일 뿐이다. 한 사람의 영혼에 틈입한 작가와 문장은 새로운 인생 좌표를 제시한다.
말은 주워담을 수 없지만 시간에 희석된다. 하지만 글은 시간의 흐름을 외면한 채 작가 없이도 살아남는다. 그렇게 작가는 영원히 자신의 문장에 봉인된다. 과거에 썼던 어리석은 문장들이 파수꾼처럼 작가의 삶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문장의 반경을 이탈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종이 위에 남겨진 한때의 열렬했던 흔적이 미래의 자신을 옭아맨다니 슬픈 모순이다.
그렇다면 글을 쓴다는 건 자신의 문장 안에 갇힐 각오와, 어떤 상황과 마주할지라도 자신이 쓴 글임을 인정하는 무거운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다. 게다가 자신의 문장을 신념으로 삼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단순히 글을 유행 따라 제작하는 게 아닌 오직 자신이 직접 소화한 생각과 감정만을 써야 하는 부담감 또한 동반하는 일이다.
자신이 갇힐 감옥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일. 그것이 글을 쓰는 사람의 불가피한 숙명이라면. 감옥의 종류를 선택하고 내부를 꾸려가는 일 또한 모두 자신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