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스페셜티 커피를 좋아하게 되어서 커피 맛을 잘 알진 못해도 이 카페 저 카페를 찾아다니며 여러 바리스타를 만났다. 그들이 취급하는 원두에 관해 물을 때면, 자연스레 그들의 눈을 봤다. 눈에 비친 어떠한 반짝임을. 자신이 선택한 원두가 얼마나 맛있고 커피는 어떻게 내리며 자신의 선택이 얼마나 잘한 선택인지 등을 설명하는 진심 어린 눈.
나는 문득 일할 때 나의 자부심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생각해 본다. 아직 그럴 만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 괜히 울적해지기도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좀처럼 어렵다. 자꾸 조바심이 생겨 버려, 나는 내가 최선의 선택만 할 수 있길 바라게 된다. 결국 옳은 선택을 찾아가는 길엔 실패가 따르게 마련인데, 실패를 받아들이는 일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자꾸만 실패해 보자고 다짐한다. 그저 좌절하는 실패가 아닌 뉘우치고 깨닫는 실패를 할 수 있길. 그리하여 언젠가는, 나도 눈을 반짝이며 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