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은 조금 슬프다. 모든 것들은 결국 잊힌다는 말 같아서. 그렇다고 사진만 찍어대면 결국 풍경은 다 놓치게 되고, 나중에 사진을 보면 그제야 풍경이 보이는 아이러니를 겪게 된다.
생각해보면 사진보다 선명한 기억들이 많다. 그런 기억들은 너무도 선명해 사진으로 남겼을 거라고 착각해 앨범을 뒤적이게 만든다. 지워진 게 아니라 애초부터 없었던 사진이다.
모든 것을 담는다 하여 그 모든 것을 간직할 수는 없을 것이고, 어떤 것도 담지 못했다 해도 아무 것도 남지 않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사진보다 더 분명하게 손에 잡히는 기억들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