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s Room

무던함

by 김종영

무던한 것을 꾸준히 동경해 왔다. 가령, 설거지하던 중에 아끼던 유리컵이 똑 하고 깨져도 “아쉽긴 하지만 여태 많이 썼으니 괜찮아.” 하고 말하는 그런 것. 아끼던 것이 부서지는 일이 언제든 벌어질 것을 알고 부디 미결로 남기를 바라지만 정작 이별이 닥쳐왔을 때에는 상황과 사실을 인정하는 것. 상실을 금세 잃을 수 있는 그런 무던함.

어째서 잃고 잊는데 담담한 것을 동경하는지 묻는다면, 그것이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로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깨져버린 유리잔은 유리잔일까 그저 유리 조각일까? 조각나버린 소중은 여전히 소중일까? 여기에 대한 답을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조각나고 깨져버린 것을 다시 쓸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나하나 주워 모아 붙여 다시 이전과 비슷한 형태를 찾는다고 해도 전처럼 아끼는 마음을 가질 수는 없다.

나는 그런 것들이 슬프다. 부서져 다시는 소중히 여길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애도가 길다. 가슴이 베이는 줄도 모르고 조각난 소중을 그러안고 등을 들썩인다. 이제는 아무 소용 없는 것에 다친다, 이제는 어떤 기쁨도 줄 수 없는 것에 기댄다, 이제는 없는 것을 그린다, 완전히 제 모습을 잃은 것을 다시 소유하고 싶어 한다,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한 욕심이 부푼다. 그 욕심의 크기만큼 다른 것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다. 속이 좁은 나에게는 무척 치명적인 일이다.

그래서 무던한 것을 동경한다. 쓸모없어진 것을 쉽게 인정하는 힘. 아쉬움을 가지고도 단숨에 버려내는 단호함을 갖고 싶어 한다. 깨지고 부서진 소중을 떠올리며 웃을 수 있는 그 강함. 다치지 않고 이별하는 그 무던함을 부단히 부러워하는 것이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