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솥밥도 여럿이 둘러앉아 먹으면 더 맛있듯 등산도 그렇다. 혼자가 익숙해진 사람은 같이하는 수고로움에 편리를 좇다 보니 하나의 산만 반복해서 오른다. 고독한 산행에 환기가 필요하다. 2023년 12월 29일, 어느 산행에 동행하게 되었다. 서울에서부터 시간과 마음을 모아 대구를 찾은 맛도리 산악회에 일일 회원이 되었다. 혼자가 둘, 둘이 셋, 셋이 여섯이 되었다. 조율과 물음표를 맡은 대구 출신 민수는 익숙한 새로움이 반갑다는 듯이 분위기를 느슨하게 만들어 준다. 동혁은 쭉 뻗은 긴 다리로 선두와 후미를 오가며 수시로 지형과 경로를 파악하는 세심함을 가졌다.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올라 순간을 포착하는 찬규 앞에 모두가 스마일이다. 묵묵함을 일관하다 필요한 순간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챙기는 성훈까지 맛도리 산악회는 산을 사랑하는 네 남자로 이루어져 있다. 대구에 살며, 형들을 사랑하는 규열과 이 모든 과정이 흥미로운 나를 포함해 이번만큼은 6명이 되어 산을 올랐다. 모든 게 처음이었다. 여럿이 산을 타는 것도, 팔공산 비로봉도.
처음 경험한 장면 앞에 어쩔 줄 모른 채 일주일이 지났다. 겪은 장면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서둘러 애쓰는 산행이 아닌 서로의 페이스를 확인하며 보폭을 늘렸다 줄이는 일, 꽁꽁 얼어붙은 땅이 위험하지 않은지 먼저 발을 내딛고 조언해 주는 일, 잠시 멈춰 자연의 위대함에 넉을 놓는 일, 마주친 등산객과 덕담을 주고받는 일. 한 장면이 큰 사건으로 변환되어 혼자 산을 탈 때의 나보다 여럿이 산을 타는 내가 더 좋아지는 순간이었다. 네 남자들은 주기적으로 산을 찾아 떠난다니. 산으로 빚어진 우정이 붉은 노을처럼 소리 없는 울림을 준다. 가끔 말하지 않아도 될 때 깊은 편안함을 느낀다. 앞으로 타인과 함께 산을 타도 좋을 것 같다. 민수는 그런 의미에서, 산악회를 통해 공동체를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감화, 젊음, 자연의 섭리, 산악회의 우정에 매료된 하루다. 이번 산행에서 다시 세상을 배웠다. 함께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기쁨과 한 장면 안에 담기는 일은 찰나를 딛고 일어서는 것과 같다. 자연의 변화 앞에서 양보를 배우며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한다. 당신 뒤에서 마음 다해 지지하다 보면 우리는 나란히 오를 수 있다. 걱정과 시선이 겹치며 흩어진다는 사실을, 극적인 순간은 함께였으면 하는 사실을 제대로 알게 했다.
하산하며 성훈과 나눈 대화
산을 어떤 의미에서 좋아하세요?
그냥 산이라서 좋은데요.
그 자체. 그대로를.
무얼 바라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