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s Room

수다찬가

by 이건희

지나간 어제에 대해, 흘러가는 오늘에 관해, 다가올 내일을 향해 떠들다 보면 이야기는 끝도 없이 깊어진다. 수다의 묘미는 마지막에 있다. 나의 수다 엔진은 뒷심이 강한 편이라 자리가 마무리되어갈 즈음 느지막이 뜨거워진다. 일행이 소지품을 가방에 넣어 정리하거나 옷매무시를 가다듬으면, 이제 슬슬 가야지, 그러면 못내 아쉽고 섭섭하다. 소심해서 얘기 좀 더 하자고는 못 하고 나는 시무룩한 표정을 애써 지워본다.
단지 즐겁다는 이유만으로 수다라는 행위가 사랑스러운 것은 아니다. 종종 심각하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이 가벼운 대화를 통해 쉽게 해결되는 경험을 했다. 내가 애태우는 고민이나 갈등을 털어놓으면 타인은 그가 가진 것을 동원해 단순한 해법을 돌려주었다. 반대로 내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는 그가 안고 있는 괴로움을 어렴풋이 짐작해볼 수 있었다.
나는 나의 어리석음 때문에라도 말을 하려고 한다. 혼자 힘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일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그럴 때 문제를 혼자 끌어안고 있어서는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수다는 개인의 정서를 보듬는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 풍요를 불러온다. 나아가 고통 가득한 인간의 삶을 구하는 비기가 되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이 주고 받는 이야기는 깊게 파인 감정의 골을 메우고, 좁은 시야를 확장하며, 사회 곳곳에 산적해 있는 많은 문제를 날려버릴 수 있다. 말이 통하는 세상이야말로 좋은 세상일 것이다.
부릉부릉. 다시 시동을 건다. 자, 출발합니다. 한바탕 떠들어 보실 분. 얼른 승차하십시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