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s Room

순간 연두 | 더 많은 눈

by 연두

무용 연습실 한쪽 벽은 전면 거울이다. 거울이 있으면 거울을 보게 된다. 내가 동작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몸이 기울어 있지는 않는지 거울을 통해 나를 확인해 본다.

손을 움직일 때 내 눈은 자연스럽게 손끝으로 향한다. 손끝에 시선을 두고, 손이 공간의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을 본다. 팔꿈치나 발, 기타 등등이 움직일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다시 거울을 보면 내가 보지 못하고 있었던 다른 부분들이 보인다.

움직임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보고 있지 않은 부분도 보고 있는 것처럼 움직인다. 먼 곳을 바라보면서도 보고 있지 않은 신체의 말단까지 미세하게 조정한다. 그렇게 잘 움직이는 사람을 보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궁금했다.

무용 선생님은 눈이 살아있지 말라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좀 놀랐다. 눈에 의존하지 않고 신체의 감각을 통해서 몸을 움직이라는 뜻인데, 그 말을 들으니 감각하는 신체를 가지고 있음에도 시각에 많은 것을 의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각에 의존하던 내가 눈에 의존하지 않고 몸의 감각을 통해서 몸을 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생각해 본 방법은,

1. 신체 곳곳에 있는 센서를 인지하고, 그것으로 자극을 감각하여 몸의 위치를 감지한다.

2. 감지한 몸의 위치를 다른 지점으로 옮기고 조정하며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3. 센서가 많을수록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

눈에 의존하지 않으면 더 많은 눈이 생긴다. 요즘은 그걸 알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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