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s Room

순간 연두 | 그냥, 자리에 앉아서

by 연두

자리에 앉아서 선을 긋는다.

선을 그어 밑그림을 그린다.

선을 긋고 지우고 긋고 지우고 긋고 지우고 긋고 지우고 긋고 지우고 긋고 지우고 긋고 지우고 긋고 지우고, 필요한 선을 남기고, 긋고 지우고 긋고 지우고 긋고 지우고 긋고 지우고 긋고 지우고 긋고 지우고 긋고 지우면서, 형태를 만든다. 내게는 그냥 하는 일이다. 그냥, 자리에 앉아서 선을 긋는 일.

이런 일은 주로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한다. 그런데 때로는 다른 쓸모가 있기도 하다. 그냥 할 수 있는 일은 말 그대로 아무런 조건 또는 의미가 없이 그냥 하는 일인데 이런 일은 살아가다 위기가 찾아왔을 때 그걸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된다. 그러니까 그냥 할 수 있는 일은 위기 상황에서 중요하다. 갑자기 상황이나 환경이 변화할 때나 스트레스를 받는 위기 상황에서는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이기가 힘든데, 이럴 때 별생각과 고민 없이 그저 기계적이고 반복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도움이 된다.

올해는 유독 이런저런 일들이 많다. 그래서 작업을 하기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잘 해보려고 한다. 그냥, 잘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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