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s Room

순간 연두 | 오!

by 연두

내가 좋아하는 제품들은 금방 단종된다. 세 달 전에 산 운동복이 있는데 마음에 들어 같은 걸로 하나 더 사려고 찾아보니 역시 단종되어 있었다. 다른 운동복을 찾아보는 중이다.

그 운동복은 내가 무용 학원을 다닐 때 입는 옷이다. 요즘 나는 무용 학원을 다니고 있다. 움직임에 대해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무용 학원을 간 첫날에 나는 내 몸을 내 생각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움직이고 있는 건 분명 나인데, 내가 아닌 것 같았다. 이제는 생각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나를 그대로 인정하고, 내 움직임을 잘 느껴보려고 한다. 무용을 하기 전에 나는 내 몸을 내 생각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무용을 해보고 난 뒤에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무용 선생님은 먼저 동작을 보여준 다음 내게 이해했는지 묻는다. 나는 이해했다고 답한다. 그렇지만 할 수 있다고 말해본 적은 없다. 이해와 수행은 다른 문제다. 처음엔 이해와 수행 사이에서 혼란스러웠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이해하지 못했어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어도, 일단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계속해서 실행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이 든다. 그 느낌은 어제보다 조금 더 다리를 올릴 수 있게 하고, 어제보다 조금 더 오래 서있을 수 있게 한다. 어느 날은 전혀 할 수 없던 동작을 갑자기 해버려서,

오!

하고 속으로 감탄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아직 대단한 동작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나를 나로 받아들이는 느낌이 무척 좋다. 요즘은 움직임을 소재로 작업 중이다. 말하자면 움직임 수집.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