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s Room

순간 연두 | 요즘은 자주 스트레칭을 한다

by 연두

신년이 되자 감기에 걸렸다. 감기에 걸리니 감각이 무디다. 온몸이 밀랍으로 한 겹 덮인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것은 흐릿하고, 귀에 닿는 소리는 울리고, 피부에 닿는 느낌은 뭉그러진다. 같은 세상인데 감기 한 번에 그전과 다른 세상이 되었다.

동네 병원 원장님은 내 목을 만져보더니 감기 치고는 속도가 빠르다며 요즘 유행 중인 독감 검사를 하자고 하셨다. 이 원장님은 진료를 위해 아픈 곳을 딱 필요한 만큼만 만진다.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의사에게 환자의 몸은 나에게 그림 속 인물과 어쩌면 비슷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치료를 정확히 잘해주셔서 아플 때면 이 병원으로만 간다. 덕분에 많이 나아지고 있다.

나는 신체 속에 들어 있는 인간이다.*

심한 감기에 걸리고 나니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신체 안에 약간의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뿐인데, 며칠 전과는 세상이 달라졌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나는 내 신체 속에 들어있는 인간이고 감기에 걸린 내 신체를 낫게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리고 나에 대해서, 신체에 대해서, 나와 연결된 세상에 대해서 줄곧 생각한다.

나의 신체와 나를 구분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나와 내 신체는 다른 것일까?
나와 내 신체가 다른 것이라면, 나는 정신에 한정된 것일까 아니면 그 둘 사이 연결의 작용인 걸까?
나와 내 신체가 연결에 의한 거라면 나와 연결된 이 세계까지도 내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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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ette Shafranski, 현대무용:12가지 창조적 문제와 해결실험, 황문숙 역, 도서출판 금광, 1998,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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