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 수업이 끝나면 스트레칭을 한다. 나는 스트레칭을 적당히 하고 후다닥 나가는 편인데, 한번은 선생님께서 스트레칭을 더 하자며 부르셨다. 선생님께서 하시는 것처럼 앉아서 다리를 가지런히 뻗었는데, 발이 삐뚠 것이 보였다. 땅에 발을 딛고 서있는다고 생각하면 양발이 평평하게 위치해야 하는데, 안쪽으로 기운 것이다. 선생님은 내 발을 보시고는 많이 걷지 않았거나 오래 앉아있었던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들켰다.) 발을 바깥 방향에서 잡고는 양발을 평평하게 만들어 주위의 근육을 풀어주었다. 스트레칭 전보다 평평해졌다. 내 생활상 오래 앉아있지 않을 수 없고, 걷는 시간을 늘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만, 그 뒤로는 생각이 나면 스트레칭을 해주고 있다. 자주 하다 보니 제자리를 찾고 있다.
나는 올해의 모토라던지 이달의 모토를 스케줄러에 작성한다. 지킨 것도 있고, 지켜지지 못한 것도 있지만 적어놓은 그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것을 느낀다. 올해의 모토는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이런저런 일들을 시작했다. 현대 무용을 배우고, 여러 움직임들을 접하고, 움직임 수집(가제)이라는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고, 그 과정들을 기록하다 순간연두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일들을 시작하기에는 어려웠다. 하지만 시작을 하고 나니 아무튼 하게 된다. 여차저차 새롭게 움직여봄으로써 나를 둘러싼 시공간이 전보다 넓어지는 걸 느낀다. 여전히 잘 움직이지 못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시작해 보는 일은 분명 나를 새로운 곳으로 데려다준다.
내년에는 어떤 모토를 가져볼까. 새로운 스케줄러에 개인전, 오픈 스튜디오 같은 내년의 계획을 세우다가 적정한 일들을 적정한 때에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의 모토는 지속 가능한 움직임으로 정했다. 올해의 움직임이 내년에도 이어지는 것처럼, 내년의 움직임도 그다음으로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