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너무 길다. 올해 내게는 많은 일들과 변화들이 있었다.
시간은 사물의 변화를 인식하기 위한 개념이고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시간이 길다고 느낀다. 짧다고 느낄 때도 있다. 시간을 그렇다는 걸 느낄 때, 때때로 내 기분은 이상하다.
인식² 자극을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일련의 정신 과정. 지각, 기억, 상상, 개념, 판단, 추리를 포함하여 무엇을 안다는 것을 나타내는 포괄적인 용어로 쓴다. [네이버 어학사전]
자극 정보는 신체의 감각 기관으로 받아들여진다. 너무 작은 자극은 감관으로 받아들여지더라도 인식되지 않는다. 반복되어서 익숙한 자극은 인식되지 않기도 한다. 감관이 있는 몸이라 언제나 자극은 있을 텐데, 그것을 인식하고 인식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내가 인식하기에 너무 많은 변화들이 있으면 나는 다운된 컴퓨터처럼 잠을 잔다. 그럴 땐 충분히 자려고 한다. 잠을 충분히 자고 난 다음에는 반복적이고 익숙한 일들을 한다. 길을 걷는다든지, 정리 정돈을 한다든지.
그저 움직일 수 있는 일들을 하다 보면 무의식은 내가 인식할 수 없는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한다. 무의식은 내 인지 영역 밖에서 그런 일을 한다. 체계적으로, 혼란의 상태를 정리해 준다. 잘 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무의식이 시간이 끝나고 난 뒤에 어떤 상태에 놓일지는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나는 내 무의식이 나를 편안한 상태에 도달하게 해줄 거라 믿는다. 길고 긴 요즘의 시간도 제 속도를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