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동안은 그동안 그렸던 스케치를 부분부분 지우는 과정을 했다. 11월 10일호와 11월 20일호를 나란히 두고 난 다음에 결정한 일이다.
20일 호의 그림이 2m 정도의 거리에서 본 것이라면, 10일 호의 그림은 5m 정도의 거리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다. 중간중간의 디테일이 눈에 들어오니 고정된 상에 집중되는 느낌이라, 전체적인 움직임이 시선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조금 더 멀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5m의 거리에서 인물을 보면, 2m 거리에서는 볼 수 있던 인물의 미묘한 표정 변화나 손톱의 작은 반달, 자잘한 옷의 주름 등은 보이지 않지만, 몸체의 큰 움직임과, 그와 동시에 진행되는 손끝과 발끝의 작은 변화, 시선의 흐름 등이 보인다.
자세히 본다고 가까이 다가가면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약간 주제에서 벗어난 얘기를 하나 하자면, 나는 시력이 좋지 않아 안경을 쓴다. 불편한 점이 여럿 있지만, 장점이 하나 있다. 안경을 벗으면 같은 자리에서도 3m 정도는 멀리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도 역시나 시력은 좋은 편이 좋다. 흐린 눈이 필요할 때는 조금 뒤로 가면 되니까 말이다. 시력이 나쁘면 코앞까지 가야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