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움직임 수집(가제)을 구상할 때, 작업 전반에 대한 개요와 수집 과정, 수집된 움직임의 활용 등을 포함한 지시서를 작성하였다. 지시서에는 ‘나는 세계 속에 현존하며, 현존함으로써 시공간이 발생한다. 그리고 나의 움직임으로 인해 시공간은 확장되고, 때때로 축소되기도 한다.’라는 부분이 있었다.
GPS에서 내 위치는 하나의 점으로 표시된다. 지난 일주일간의 GPS 기록을 보아도 하나의 점으로 표현될 것이다. 폐렴에 걸려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겨울이고, 집 밖에는 감기가 유행 중이다.) 전자의 점은 한 시점의 위치를 표시한 점이라면, 후자의 점은 일주일의 시간이 응축된 위치가 표현된 점이다.
시간의 경과를 시각화해 보자.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은 연속된다. 연속된 점은 일주일 전부터 지금까지를 이은 선이 된다. 그것에 공간의 이동을 더하면, 시간과는 다른 축을 사용하는, 이동하기 전의 위치와 이동이 완료된 위치를 이은 공간이 생긴다. 폐렴이 나아 이동이 증가하면 나의 선이 점유하는 공간들은 점차 확대될 것이다.
지시서 초안에 의해 수집된 영상에서 대상은 1에서 2, 3으로 움직인다. 화면에는 1에서 2, 3으로 움직이는 대상이 각 시점에 각각 위치한다. 각각의 시점을 수집하여 한 화면에 나열하면, 각 시점의 대상은 화면에 동시에 위치한다. 시간을 응축함으로써 화면에는 대상이 점유한 공간이 남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유하는 공간은 확장된다. 이를 시각화하는 것이 ‘움직임 수집(가제)’ 작업이다.
지시서 초안에 ‘시공간은 움직임으로 인해 때때로 축소된다’고 하였지만, 이 부분을 수정한다. 존재하고 움직인다면 시공간은 확장된다. 축소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