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움직임 수집(가제) 지시서의 퍼포먼스는 수단으로서의 몸, 공간의 확장과 축소, 시간의 속도와 밀도 이렇게 세 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를 각각 두 파트로 나누어 촬영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주제 하나를 둘로 나누어 촬영하기로 계획한 것은 예측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나는 퍼포머인 소은 님에게 주제 안에서 즉흥적으로 움직여달라고 했다. 나는 그가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었고 얼마나 움직일지 알 수 없었다. 움직임의 결과와 시간적인 부분에 있어 예측이 어려웠기 때문에 1파트를 일단 찍고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생기면 2파트에서 보완하기로 했다.
시간적인 부분에서 처음 예상했던 건 각 파트의 소요 시간은 5분 내외, 총 소요 시간은 1시간 정도였다. 그러나 첫 번째 파트의 촬영이 끝나고 그 계획은 곧바로 수정되었다. 첫 파트 촬영에 무려 17분 52초가 소요되었기 때문이다. 조율이 필요했다.
첫 파트의 움직임이 끝나고, 소은 님과 대화를 했다. 의견을 나눠본 끝에 우리는 한 주제를 두 부분으로 나누지 않고, 공간과 시간 두 개의 주제를 하나로 합쳐 진행하기로 했다. 시공간 퍼포먼스에 소요된 시간은 40분 25초.
이 과정에 맞추어 지시서 초안의 수집 과정을 수정한다. 타인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