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다. 요즘은 지난 8월에 수집한 움직임(‘순간연두 8월 20일‘호 참조)을 보며 매일 분석하고 있다. 움직임을 그림으로 그리기 위해서는 순간을 잘 분석해야 한다. 책상 앞에서 영상을 재생하고 멈추기를 반복하며 순간과 순간을 분석한다. 타인의 움직임을 이렇게까지 자세히 보는 건 내게는 처음이다.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현재의 동작을 관찰하며 다음 동작을 추적해 본다.
추적의 과정은 단순하다. 수집한 영상을 순방향으로 본 다음 역방향으로 되돌려 보며, 영상 속 인물의 동작이 시작되는 지점을 파악해 본다. 그리고 그 동작이 진행되는 과정과 다음 동작과 이어지는 부분을 유심히 관찰한다. 그렇게 보다 보면 특정한 실마리가 눈에 보인다. 타인의 움직임을 예측해 볼 수 있는 실마리. 예를 들면 이렇다.
‘오른발로 무게 중심이 옮겨갔다. 왼발의 무게가 가벼워질 것이다. 왼발의 무게가 가벼워지면 왼발이 자유로워질 테니 왼발이 움직이는 쪽으로 몸이 이동할 것이다.’ 실마리는 때로 무척 작아서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그 작은 실마리는 앞으로 일어날 많은 일들을 해낸다.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때에는 타인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자세히 관찰하다 보니 움직임은 내 생각보다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다는 것 같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인간이 움직이는 원리는 생각보다 당연해서 유심히 보다 보면 실마리가 보이기도 한다. 타인이 타인을 예측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재미있는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