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의 작업(움직임 수집)을 구상하기 전, 나는 Yvonne Rainer의 Trio A*를 영상으로 보며 글로 서술한 적이 있다. Trio A는 걷는 것을 제외한 반복되지 않는 5분 동안의 움직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움직임을 ’무릎을 반쯤 굽히고, 얼굴을 왼쪽으로 90도 돌린 뒤, 양 팔을 앞/뒤로 2와 2분의 1번 교차한다.’ 와 같이 서술한 것이다. 약 5분 정도의 움직임을 글로 서술하는 데에 꼬박 며칠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나는 움직임이 글로 완전히 표현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무용가에게 움직임을 세세하게 명시한 지시서를 주더라도, 그리고 무용가가 그 지시서에 맞추어 움직임을 재현한다고 하더라도, 지시자와 이행자와의 괴리는 필연적이며 동작을 이행하는 무용가의 개입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구체적인 동작이 세세하게 명시되었던 지시서는 작업의 전반적인 개념이 담긴 지시서로 간략화되었고, 움직임의 부분에서 무용가의 자율성이 늘어나게 되었다.
작업의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지금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일련의 과정이 작업에 적용되는 지점들이 흥미롭다.
*이 작품은 MoMA 소장작이며, 유튜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