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s Room

영원에 관하여는

by 오수영

정서적으로 교감이 가능한 사람들을 만나면 무엇보다 마음이 먼저 따뜻하게 데워진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감성을 당신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의 인연을 더할 나위 없이 값진 축복으로 만들어준다.

게다가 그 온기의 기억은 마음에 고스란히 남아 다가올 인연들을 만나는 일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데, 이를테면 마음의 끓는 점이 생기는 것과도 같다. 새로운 인연과의 만남이 지나간 인연과 나눴던 온기보다 따뜻하지 못하다면 마음은 좀처럼 끓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이 따뜻한 사람과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유난히 이별에 가슴 아파하고, 그리움에 무력하게 이끌리는 것인지도.

외모나 재력 앞에서 사람이 얼마나 쉽게 매료되는지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따뜻하고 정서적인 교감이 가능한 사람은 우리의 마음을 먼저 녹인다는 건 잘 알지 못한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을뿐더러 그러한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확률 또한 너무도 적기 때문이다. 온기의 기억은 잔영으로도 남아 오래도록 우리 곁을 맴돌며, 무엇이 진실된 마음인지 가려내도록 돕는다.

사람들은 사랑하다 이별하면 그것으로 인연의 끈이 완전히 끊어져 과거와 상관없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될 줄 알지만, 실은 인연은 순간뿐이라는 착각과는 달리 비로소 영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에 관여한다. 그러한 것들은 우리의 여생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삶을 끌어 안는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무엇이라고 불렀던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