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움과 원망으로 축조된 기나긴 터널 속에서 가장 달콤한 것은 과거의 영광을 되새기는 일이다. 좋은 기억이 현재의 동력으로 작용하던 날들이 분명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지나간 자리에서 홀로 먼지 쌓인 액자를 닦아내는 일에만 몰두한다면. 그것으로 살고 있다는 착각을 한 채 안심하고 잠이 든다면. 그런 식으로 반복하다가는.
사연으로 변명하지 않고 싶다. 쌓인 역사를 통해 지금을 변호하려 드는 일을 멈추어야 한다. 다만 지금 생각하면 영광이랄 것도 없었다 여기며 자조할 필요도 없다. 계속해서 그 시간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지금을 살아낼 수밖에. 미루었던 나를 알맞게 감당할 때, 볼 만한 것까지는 아니어도 그리 부끄러울 것도 없을 때. 다시금 오래된 시간을 꺼내 소중히 쓰다듬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