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s Room

책방지기는 외롭지 않아

by 이보람


-사장님이세요? 여기 혼자 하시는 거예요?
-네, 뭐 혼자 할 수 있는 작은 곳이니까요.

난 사장이자 말단직원이고, 나 혼자 회의를 하고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야근을 한다. 요컨대, 책방 일이 꼬일 때면 인생 멘토였던 예전 회사 팀장님이 그립고, 비싼 밥이 당길 때 왁자지껄 회식이 부러운 1인 사업자.
하지만 혼자라고 해서 생각만큼 외롭지는 않다. 책방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청소를 끝내면 블라인드를 올리고 책방 문을 연다. 간식을 반으로 나눠서 피노키오 책방과 나눠 먹는다. 내가 빵을 갖다주면 피노키오 책방에서 음료를 갖다주는 쿵짝 맞는 간식 친구. 잔돈이나 봉투가 부족해도 이웃 책방에서 빌리면 되니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 동네 친구는 종종 책방에 들러 자신이 좋아하는 매거진의 신간이 나왔는지 체크를 한다. 유모차를 끌고 가족과 함께 동네 산책을 나온 독립잡지 편집장과 마주치면 인사를 하고, 요즘 새로 나온 신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지나가다가 들렀다는 또 다른 동네 제작자들과도 수다를 떨고 이런저런 정보를 공유한다. 연남동에 볼일을 보러 온 친구들이 책방에 들러 핸드폰도 충전하고 맥주도 마시고 끼니도 때우고 간다. 단골손님은 와서 긴 시간 의자에 앉아서 책을 보고 나는 손님에게 보고 있는 책이 어떤지 물어본다. 홀로 일하는 책방지기이지만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책방에 드나드니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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