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s Room

파도의 질문

by 오수영

위태로운 난간에 올라서서 일몰을 바라봤다. 해변은 가까운 거리에 있었지만 어쩐지 직접 풍경에 섞여 들기보다는 멀리 떨어진 채 풍경을 관조하고 싶었다.
선선한 바람이 불었고 파도는 차분하게 밀려왔다. 저녁을 알리는 어스름이 드리울수록 해변의 사람들은 서서히 짙은 그림자가 되어갔다. 아무런 소란도 없는 한적한 곳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붉어지는 낙조의 아름다움과는 상관없이 어딘가 처연한 구석이 있었다. 아마도 완전한 소멸이 예정된 아름다움이었기 때문일까.

파도가 질문처럼 밀려왔지만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부분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은 사고처럼 찾아온 거대한 질문 앞에서 망설일 뿐이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나는 삶을 너무 정성껏 사느라 고민과 생각에 뒤덮여 고통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급하지 않은 질문들까지 끌어안으며 구태여 삶을 복잡하게 만든다는 건 일종의 자학과도 같은 일일 텐데. 현실을 사는 나는 추상의 질문들 앞에서 혼란스러운 침묵을 유지할 뿐이다.
일몰의 끝난 검은 바다를 바라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이 떠나간 해변에도 여전히 파도는 일렁이고 바다 냄새를 머금은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조금 더 난간에 머무르며 잔영만 남은 해변을 응시했다. 이제는 난간에서 내려가야 하는데. 어디로 흘러가야 할까.

흘러온 대로. 혹은 흘러가고 싶은 대로. 물론 각오와 책임도 나의 몫이지. 지금처럼 망설이기만 한다면 나의 삶은 한순간의 일몰처럼 금세 사라져 버릴 거야. 나는 나만의 대답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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