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만의 수영장, 오늘의 자세는 턱을 몸쪽으로 당기고 배를 수면 위로 띄우는 자세였다. 평소에는 잘만 나와 있던 배가 이럴 때는 왜 나오지 않는지. 물에 제대로 눕는다면 배가 물 위로 쏘-옥 하고 뜬 모습이겠지만, 나는 엉덩이가 무거운지 배가 무거운지 좀처럼 쏘-옥 하기가 힘들었다.
자유형을 배우는 동안에도 [연습-반복-숙달-터득]이란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동작을 배우고 터특하기까지는 과정이 필요함을 이제는 알겠다. 당장 되지 않아서 조급한 마음을 ‘육지에서 두 발로 걷는 시간이 훨씬 많으니까. 앞으로도 그럴 거고.’ 하고 토닥인다. 차근차근. 나아질 것이다.
우리 반에서 수영을 가장 잘하는 대장 아주머니는 오늘부터 접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매일 맨 앞줄에 서는 그녀이지만, 처음 배우는 영법에서는 헤매고 분투하는 모습이 무척 용감해 보였다.
후배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말하기보다, 스스로 계속 배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배. 그 선배의 눈빛은 그 자체로 등대의 역할을 한다. 등대가 없었을 때는 ‘나는 언제 저렇게 하나’ 막막했지만, 등대가 생기고 나서는 ‘나도 때가 오겠군.’ 하며 내 순서를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