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띠지를 보면 세상에 이처럼 난감한 물건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책을 사서 띠지를 벗겨냈을 때 정확히 말하자면 어디에도 필요는 없음은 분명한데 어쩐지 띠지 또한 책의 일부라는 생각 때문에 이것이 버려야 할지, 갖고 있어야 될 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냉정하게 말해서 책의 일부라고는 하지만 그저 전단지에 불과한 녀석인데, 확실히 그것이 가지는 의미에 비해 이상하게도 매번 쉽게 버리기가 힘들다. 안타깝게도 독서를 함에 있어서 역시 책의 띠지는 언제나 철저하게 방해스런 존재이다. 그렇다고 책갈피로 사용하기에도 뭔가 모양새가 난감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버리지 못한 채 그래도 좀 갖고 있어 보자 할 때는 책을 읽을 때마다 어딘가 혼자 외딴곳에 떨어졌다가 독서를 마친 다음에야 다시 책의 품으로 돌아오곤 한다.
실용성 면에서 일단 낙제점을 받았다면, 그럼 미적인 부분에서도 한번 살펴보자. 그런데 디자인 면에서 봐도 그렇게 아름답게 공들여져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별로 없다. 오로지 판매를 위해 유명인의 추천 문장이나 전미 몇 주 베스트셀러였다거나 영화화되어 개봉 예정이라는 등 달달한 말들이 마치 거간꾼 마냥 수다스럽기만 하다. 그래도 어찌 보면 중책을 맡고 있는 것도, 공들이고 신경 써서 만들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일단 구매가 이루어지고 나면 가장 버리기 좋게 만들어진 것 또한 띠지이다. 버려야 되나, 가지고 있어볼까. 다른 사람들은 띠지를 어떻게들 하시는지.
책을 구매하기 전에 가장 눈에 띄던 대상이 일단 구매하고 난 후에는 철저히 버림당한다. 독서를 할 때도, 독서를 마치고 책장에 꽂을 때도 그저 걸리적거리는 대상이기만 하다. 띠지에 관해서 이렇게 밖에 볼 수가 없으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띠지는 구매 후 버려지는 숙명을 가지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받쳤는데, 돌아온 것은 자결하라는 명령이 내려진 비밀 요원처럼 세상에 이처럼 비련한 존재가 없다.
비염 증세가 있어 가끔씩 내 책상 밑 쓰레기통에는 코를 풀고 버린 구겨진 휴지로 한가득이다. 어쩐지 같은 종이인데 휴지만 해도 자신의 한 몸 희생해 내 콧물을 온몸으로 받아내어 쓰레기통으로 장렬하게 전사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에 비해 띠지는 자신의 생애를 통틀어 한 일이라는 것이 그저 감언이설로 남들을 꼬드겨 지갑을 열게 만든 것이 전부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처럼 슬픈 존재는 또 없을 것 같다.